최근에 뉴스를 안 봐서 그런지 LA 산불로 난리가 났다는 걸 몰랐다. 오늘 유튜브에서 우연히 뉴스가 떠 이제야 알게 됐다. 2025년 1월 7일 불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 소방당국 책임자분의 인터뷰 중 한 문장을 듣고 깨달았다.
진압률 0%
끔찍한 말이었다. 절망이 섞인 말이었다. 소방관분들은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고 계실 텐데 진압률이 0%라니 정말 무섭다. 엄청난 자연 재해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21세기가 한창 진행중인 지금, 2025년에도 없는 것 같다. 조금 직전 뉴스에서는 서울 면적의 1/4이 탔다고 한다. 피해 규모가 너무 크다. 더 무서운 건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거다.
바람이 잦아들길, 비가 내려주길.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도 자국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을 테지만 버거워 보인다. 그만큼 자연의 힘은 초월적이다. 이미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가 예고됐다. 앞으로 이 최악의 피해라는 말을 세계 곳곳에서 자주 볼 것만 같다.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 정보인데, 역대 대형 산불 10건이 지난 20년 사이에 발생했고, 그 중 5건이 2020년 한 해에 모두 일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대형 산불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기에 다음에 나타날 수 있는 산불의 무서움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이번에도 역시 산불의 원인은 기후 변화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LA 지역이 굉장히 가물었다고 한다. 충분한 양의 비가 오지 않았다. 불이 나기 쉬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례적인 강풍까지 불어 불의 확산 속도는 인간의 통제 밖으로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기대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이다. 비가 오면 좋겠다.
이번 LA 산불을 보니 다시 생각나는 일이 있다. 19-20년 호주 산불이다. 일단 명칭 자체에서 공포감이 느껴진다. 산불이 두 해에 걸쳐 일어났다니. 19년 12월 31일에 발생한 것도 아니다. 19년 9월 처음 발생했고 20년 2월이 되서야 진화가 됐다. 미친 거다. 호주 소방당국의 역량이 부족해서? 전혀 아니다. 그저 산불의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인간의 힘을 또 넘어섰다.
이때 난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이었다. 여행을 할 때 호주 일행들이 있어 소식을 듣게 됐다. 그 분들이 산불로 죽은 동물들의 수를 얘기했었는데 내가 영어로 숫자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줄 알았다. 그 규모가 내 상상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WWF에 따르면 당시 호주 산불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약 12억 5천만 마리의 동물들이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말문이 턱 막힌다.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숫자며 당시 상황을 상상하면 괴로울 정도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떠오른다. 공포, 무력감 그리고 죄책감이었다. 일단 화재 장면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접했을 때 엄청난 무서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이 찾아왔다. 게다가 이 와중에 비행기를 타고 와 여행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죄책감이 느껴졌다.
자연을 걱정하고 기후 변화를 두려워 하지만, 나 역시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내 행동들이 기후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을 테니 말이다. 기후 변화는 오래 전부터 예견됐고, 전 지구적으로 경계하자 노력하자고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이다.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로 인한 폭탄이 터지고 있지만, 당장은 우리가 아니니까 안도하고 있을지 모르는 게임. 그러나 지구 어디에서는 항상 피해자가 생기고 있는 무서운 게임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아 보임에 답답하고, 이런 걱정을 하면서도 결국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될 나에게 부끄럽기도 하다. LA 산불이 얼른 진화되길, 보다 나은 내일이 찾아오길. 다소 무기력하게 바란다.
[WWF Korea]
https://www.wwfkorea.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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