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이 넘어가지만 차도 집도 심지어 지금은 직업도 없다. 시간은 너무나 빠르고 세상은 여전히 어렵다. 요즘 정말 진심으로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부모님은 위대하다는 거다. 사회적으로 보면 우리 부모님은 평범한 사람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겐 정말 위대하게 느껴진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늦지 않게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60대가 훌쩍 넘은 세월까지 무탈하게 잘 살아왔다는 것, 위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이지 앞서 얘기한 모든 것들 중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어느 순간 결혼은 내게 꽤 무거운 단어가 됐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많이 귀찮아 졌기 때문에 진지하게 여자를 만나는 건 생각도 잘 하지 않는 듯하다. 이젠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 연애는 하기 싫으니 더 조심스럽다. 살면서 연애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정말 불안하다.
결혼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자녀를 가지고 싶다. 자녀를 키우는 일. 정말 쉽지 않다. 다행히 누나가 아이를 둘 낳아 조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조카들을 볼 때마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긴다. 한편 또 드는 생각은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다. 물론 아이야 어디서든 잘 크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된다는 건 또 다른 얘기다. 특히 지금처럼 가진 게 없는 상태라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는 또한 책임감과 연결되기도 한다. 혼자 살 때는 힘든 일이 있어도 사실 괜찮다. 나만 감수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혼자 외국 생활을 할 때, 가령 돈이 진짜 없을 땐 그냥 굶기도 했다. 일주일의 대부분을 라면만 먹으며 지낸 적도 있다. 물론 비참한 상황일 수 있지만 혼자라면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 미안함이나 수치심 같은 건 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이 생기면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그 수에 따라 크기는 비례한다. 와이프와 나만 있는 상황이라면 좀 낫겠다. 둘만 얘기가 잘 되면 괜찮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을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렇기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책임감을 갖는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물론 지금까지의 가정은 비관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행복한 상황에선 그 행복들이 더 커질 것이고, 가족들이 있으면서 얻어지는 에너지와 자극은 삶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 긍정적인 면들은 여전히 기대되는 요소라 난 비혼주의가 아니다. 누구나 때가 있겠지. 다만 이젠 마음의 여유가 줄어드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글픈 건 그런 거다. 몸에도 마음에도 여유가 부족해지는 것.
요즘 정말 부모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 이런 글을 주절주절 써 봤다. 요즘 AI가 너무 잘 돼 있어 블로그 세상에서도 AI의 역할이 굉장히 큰 듯하다. 생산된 많은 콘텐츠들이 AI의 도움을 받거나 AI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글은 AI가 못 쓰겠지... 아니 쓸 수는 있겠지만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도 어느 시점에 우리 부모님처럼 좋은 가정을 갖고 싶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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