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랬다.
1월부터 11월까진 그랬다.
그러나 2024년 12월은 유난히 긴 것만 같다.
어릴 때 시간은 늦게 가고
늙어 갈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이 부족하고
일상의 것들에 무뎌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제, 오늘, 내일에 큰 변화가 없기에
뇌에서 기억해야 할 순간들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돌이켜 봤을 때 마치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12월엔 참 많은 일들이 생겼다.
나 개인적으로도,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도.
개인적으론 12월에도 여행중이었기에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자극에 많이 노출된 시기였고
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모든 것들이 새롭고 특별했다.
그리고 한국에선 너무나도 큰 사건들이 많아서
내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 시작은 아무래도 12월 3일,
대한민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시점부터였다.
계엄이 선포된 순간을 아주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때 필자는 튀르키예 남부의 한 도시에 있었다.
긴 이동에 지쳐 숙소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평소에는 잠잠해야 할 카톡에 난리가 났었다.
계엄.
두 글자만으로도 공포감을 자아내는 단어였다.
하지만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유튜브에 쏟아지는 속보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은 2024년이고,
계엄이 선포된 공간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 중 하나라는 대한민국이고,
내가 느끼기엔 전쟁, 폭동, 국가적 재난 같은 일들이 없던 나라인데,
한순간에 비상계엄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3년 동안 외국에 있으며 한동안 한국 뉴스를 잘 보지 않았는데
계엄 이후 거의 매일 같이 뉴스를 확인했다.
여행을 하면서도 한국 뉴스를 찾아보는 일이 잦았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조차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듣고 나면
'한국 괜찮냐고' 물어보는 일이 허다했다.
그리고 여전히 계엄 선포로 인한 정치적 혼란은 진행중이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경사가 있었다.
수상자 선정이야 그 전에 이루어 졌지만
시상식은 노벨 사망 기념일인 12월 10일에 진행됐다.
한강 작가가 2016년 맨 부커 국제 문학상을 받을 때도
나라 전체가 자긍심과 축하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어쩌면 국제적으로 더 인지도가 높은 시상식에서 수상을 했음에도
나라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기쁨을 온전히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기념비적인 수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12월 29일 일요일.
평화로운 아침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뉴스를 확인하기 전까진.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글을 쓰기 직전까지도 사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
처음 뉴스를 봤을 땐 사망자 수가 40-50명 대였고,
2명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제발 사망자수가 멈추길 기도했다.
기적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구조되길 바랐다.
잔인하게도 그런 결말을 찾아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미 최종 발표가 나왔는데
181명이 탄 여객기.
179명 사망, 2명 구조.
너무 마음이 아프다.
감히 유족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도 없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기적적으로 구조된 2명의 승무원분들께 더 큰 아픔이 없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가족분들에게도 위로를 전하며
참사 현장에서 이 비극을 그대로 마주하고 애쓰시는
소방관분들, 구급대원분들, 군인분들,
관계된 모든 분들께도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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